카테고리 없음2013. 12. 9. 23:54



01. 건강염려증에 걸려있는 아빠랑 동생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일요일 저녁부터 굶고 새벽엔 내내 화장실에서 살고, 아침 댓바람부터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심지어 시험 직전 보충이 둘이나 걸려서 과외도 세개나 했다. 똥꼬는 아파 죽겠고 대장에 공기를 얼마나 불어넣으셨는지 하루종일 대장은 신나게 소리를 질러주시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해죽겠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건강을 잃은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냈는데(심지어 부가세가 붙어!!!) 돌아온 한 마디 "이상 없으시네요" 


.............. 난 항상 얘기하지만. 양방으로 치면 비만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멀쩡한 몸땡이다. 눈에 보이는 증상 따위 없다고. 그냥 온 몸이 다 아프고 위가 안 좋아서 소화가 안 되고 자궁이 안 좋아서 생리통이 죽을만큼 심하고 장이 엉망이라 변비와 가스가 가득하다고. 근데 그게 눈에 안 보이는거뿐이라고. 그래서 내가 양방보다 한방을 더 좋아하는거라고. 한의학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한의사 보고 사기꾼이라고 하는 아빠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내가 한의학과에 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거라고. 


건강검진의 후유증은 인과관계가 전혀 성립되지 않는 엉망진창의 글을 쓰게 된다는것도 포함되는것 같다-_-;; 



02. 주 5일 오전 학원수업. 과외는 9개. 일주일에 두타임씩이니까 주7일 18타임. 평일 뛸 수 있는 맥시멈이 세타임이고. 주말엔 맥시멈 네타임까진 가능. 현재 평일 5일 중 3일이 맥시멈. 이틀은 두타임씩. 토요일 세타임. 일요일 두타임 잡혀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게 별거 아닌것 같지만. 쉽게 말해 직장인들이 주5일동안 일하는 것과 거의 똑같이 주5일을 일하고 더불어 주말에도 일하는 셈. 


오늘 두 개가 더 들어왔다. 내가 가능한 시간대가 워낙 없다보니 조금만 멀어도 죄다 퇴짜를 놨는데(그렇게 거절한게 대여섯개), 이번엔 위치가 좋아서 시간대만 맞으면 할 예정. 아직 학생 측에서 내가 가능한 시간대를 ok 한게 아니라 확정은 아니다만. 하게 된다면. 개중 하나는 주 한타임짜리라서 일주일에 세타임이 늘 예정. 이렇게 되면 진짜 주7일 한계까지 일하게 됨. 이쪽 일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라 일이 있을 때 몰아서라도 해야한다는건 맞지만. 내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 


그래도 지금과 거의 비슷하게 일하면서 지금의 1/3밖에 못 벌던 "회사원"으로써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임. 그때부터 계속 그 회사에서 버텼다고 해도 과연 지금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면. 절대 아니거든. 



03. 어른들과 눈도 잘 안 마주치는 학생 하나가 있다. 나랑 만나기 전에 연결된 강사 하나는 얘랑 첫 수업 30분만에 나와서는 자기는 얘랑 못한다고 했단다. 그래서 나중에 애랑 어머니가 그 얘기 듣고 엄청 충격(?)이었었나봄. 그리고 나랑 연결이 된건데, 솔직히 산전수전 다 겪은 나도 처음엔 엄청 힘들었다. 애가 수업 내내 고개도 안 들어 대답도 안 해. 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잘 하는것도 아냐... 그리고 약 10개월이 지났다. 이젠 내가 웃긴 얘기 하면 웃기도 잘 웃고 대답도 작게나마 하고, 심지어!!!! 내일 시험이라고 오늘 카톡으로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보내고는 풀어달라고 해!!!!!!!!!!!!!!!!!!!!!!!! 이건 진짜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이라고 ㅠ-ㅠ 내가 오늘 수업 시간에 "쌤이 똥꼬가 너무 아파 ㅠ-ㅠ" 라면서 우는거 보고, 10개월만에 최고로 활짝 웃더니만. 먼저 모르는게 있다고 물어보는 수준까지 발전한거다. 이런게 보람이지... 애 점수 오르는 것보단 이런게 더 기쁘다니. 과외강사로 실격이다 ㅋㅋㅋ



Posted by Ryu_euphoria